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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두리/주저리

나의 선지국 이야기

 내 친구들은 선짓국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엄청 좋아한다. 환장한다ㅎㅎ


 어릴 적부터 나는 선짓국을 참 잘 먹었다. 사실 선지가 피로 만들어진다는 것은 한참 뒤에나 알았다. 사람들이 이 재료로 만들었다는 사실 때문에 많이 피하더라ㅠㅠ..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고소한 선지랑 부드러운 우거지가 밥이랑 같이 넘어가면 정말이지 평생 이것만 먹다 죽을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을 종종했다. 편식을 자주했던 어린 나는 선짓국이면 환장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집 주위에는 선짓국을 파는 가게가 점점 사라졌고 굳이 재래시장을 가거나 요일장에 찾아가야만 먹을 수 있는, 멀리 가기 싫어하는 나에게는 정말 먹어보기 힘든 음식이 되어버렸다.


 서울에 올라오고 정말 오랫동안 시간이 흘렀지만 정작 선짓국을 정말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은 최근으로, 그렇게 생각이 미치자 미친듯이 선짓국이 먹고 싶어졌다. 하지만 선짓국이 타이틀인 가게는 보이지 않더라...는 내가 잘 몰랐었기 때문이었다.


 중곡역과 중랑천 사이에 한 가게가 있다. 자취하는 집에서 걸어서 30분 밖에 걸리지 않기 때문에 어지간하면 걸어서 간다.  근처에 시장도 있어서 괜히 지나가면 사람사는 느낌받아서 기분도 좋다. 완전 아재.. 아직 20대지만ㅠㅠ 사실 이거 말고도 내가 아재가 돼간다는 느낌받는 순간이 많다. 어우.. 어쨌든 이 가게에 가면 김치가 진짜 맛있다. 너무 맛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광화문 근처에 있던 칼국수 가게에서 먹었던 김치보다 더 맛있다. 


 그런데 선지가 너무 부드러워서 당황했다. 사실 내가 먹어왔던 선지는 이정도로 부드럽지 않고 살짝 씹는 느낌나는 정도였는데, 여기는 완전 계란찜 수준의 부드러움이었다. 씹는 느낌이 안나서 아쉽긴했지만, 그래도 선지 자체가 좋고, 선짓국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좋았다.


 내가 음식 이야기를 하면서 나름 이렇게 많이 주절거릴 수 있는 음식이 많지 않다. 된장찌개, 청국장.. 뭐 이정도 ㅋㅋ 양식은 어지간하면 맛있기 때문에 맛있어도 딱히 기억나는 것이 없지만 한식은 정말.. 편차가 심하기 때문에 맛있으면 정말 기억에 남는다. 하지만 주로 혼자먹는 나에게 이런 맛집을 찾아내는 기술과 기회는 없으니, 매번 집 근처에서 한 끼를 때우고 오늘도 그럴 뿐이다.. ㅠㅠ





아니 근데 화질이 왜이러냐 ㅋㅋㅋㅋ 원본 사진은 잘 나왔는데 ㅠㅠ





누가보면 한 2000년대 초반에 포스팅 한 줄 알겠다





 아, 맞다. 여기는 콩나물이 들어가서 증말증말 아쉬웠다. 시래기가 짱인데 ㅠㅠ 그래도 맛있다....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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