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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두리/중국 여행

150326 칭다오(1) -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더니..

 학기가 한창일 때는 차마 나가질 못할 것 같아서 아직은 3월인 지금에서야 어딜 가보기로 했다. 이래나 저래나 도망가는 거지만.. 나가기로 했다. 산동성 내에서 갈 만한 곳은 마땅히 생각나지는 않는다. 옌타이(烟台, 연태), 칭다오(青岛, 청도), 지난(济南,제남)... 이 세 도시 뿐이다. 나는 줄곧 옌타이와 칭다오는 그저 위해의 확대판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기에 매력을 그다지 느끼지는 못했다. 하지만 짧은 시간을 내서 가기에는 이 둘 만한 곳도 없고, 그 중에 칭다오가 여행에서 자주 언급되곤 하는 도시 중에 하나이기 때문에 가보기로 했다.





대부분 위해든 어디든 거주하는 사람이던 버스를 타고 칭다오에 간다고 하지만, 나는 작년 말에 개통한 웨이하이(威海, 위해)의 고속철도(高铁, 가오티에)를 타고 가보기로 했다. 당시 구상은 북웨이하이 역에서 가오미(高密, 고밀)라는 작은 도시를 경유해서 칭다오 역으로 가는 계획이었다.






건물 지은지 얼마되지 않아 매우 깔끔하다.







북 웨이하이 역에서 볼 수 있는 웨이하이 전경은 공업도시라는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 같다. 웨이하이가 한국과 교역하면서 수익을 올릴텐데, 웨이하이라는 도시는 무엇을 주력으로 해서 먹고 사는지 궁금하다. 웨이하이에 대해서 아는게 없는지라...







표를 사야되는데 가오미(高密)에 가는 표가 없단다... 어떻해야되나 싶어서 20분 간을 망설였다. 또 망설이는 도중에 내가 여권을 안 챙겨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단 갈 방법을 찾다가 그나마 큰 도시인 옌타이(烟台)에서 가는 것이 수월할 것 같아서 일단 옌타이로 가고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어플로 검색해보니 옌타이에서 바로 칭다오로 가는 열차는 없었지만 그 곳과 가까운 도시에 가길래 남 옌타이 역(烟台南站)으로 가기로 했다.


 하지만 여권이 없으니 표를 끊어줄 리가 만무하다. 자동발급기에도 신분증이 없으면 표를 사지를 못하니, 이래저래 발만 동동 구르다가 매표원이 학생증으로 요행으로 발권해주었다. 표를 끊는 것엔 성공했지만 옌타이에서 칭다오까지 어떻게 가야되나 막막했다. 신나게 음악을 듣고 가다 조루 배터리가 일찍 죽을까봐 차마 노래조차 듣지 못하고 갔다.







 



 



 열차가 출발하기 30분.. 20분.. 전까지 승합실에서 열차타러 가는 문을 열어주질 않는다. 딱 15분이 되서야 검표와 동시에 열차가 오는 곳으로 갈 수 있었다.(이 장소를 뭐라고 부르는지 모르겠다ㅠㅠ) 










 표에 차량 번호와 좌석 번호까지 표기해놨는데, 대체 어느 차량이 어느 위치에서 서는지 알 수가 없어서 10분 동안 헤멨다. 







알고보니 밑에 있음

 






 말만 하고 들어보기만 했던 가오티에를 드디어 타보는 순간이구나 했다.










깔끔하다.







 남 옌타이 역에 도착했지만 '크다' 이 생각 뿐, 다시 매표를 하러 달려갔다. 여기 매표원은 더 융통성이 없어서 학생증을 보여줘도 안된다고 했다. 그래서 웨이하이에서 끊은 표를 보여주면서 해달라고 말했더니 끊어줬다. 여권 꼭 챙기고 갑시다... 하... 이제 역에서 표를 끊을 일은 없으니 여권 걱정은 덜어도 되겠다...지만 아직 숙소가 남았다. 일단 모로가도 칭다오만 가면 된다고, 도착만 했으면 싶었다.






안타깝게도 남 옌타이에서 북 지모(即墨北)로 가는 표는 나중에 역에서 나올 때 기기가 먹어버리고 토하질 않더라.. 당황해서 줄행랑쳤다. 지모 시는 인구 118만의 나름 큰 도시로 알고 있어 그리 걱정하지는 않았다.






 남 옌타이 역의 승합실. 북 웨이하이 역보다 크다. 하지만 승객 수는... 시간 대가 마땅치 않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훨 못 미치는 것 같다.






 북 지모 역에서 내렸을 때, 황량한 주변 풍경이 너무 당황스러웠다. 원래 타 지역은 모르겠지만 옌타이와 웨이하이 등지의 도시들을 보자면 건물이 있고 차도가 넓게 깔려있어도 사람도 없고 차량도 별로 안보여서 황량함이 느껴지는데, 여기는 사람은 많은데 인공적인 환경면에서 정말 황량했다. 심지어 배터리 2개 중에 1개를 다 써버려서(거지같은 갤4..만 그런건지 모르겠다. 진짜 알아서 LTE급으로 배터리 닳는데, 폰은 뜨겁고 식을 기미가 없다. 더운 날씨도 아닌데...) 또 난감했다. 앱으로 알아보니 버스를 3번 갈아타야된단다. 모르겠다, 모르겠어...






북 지모 역... 가오티에의 역사들은 하나같이 완공된지 얼마안되서 건물 자체는 괜찮은데, 다 시 외곽에 있어서 안타까웠다. 어쩔수 없는 거지만.




첫 번째 환승. 근데 이 때 진짜 폰 없었으면 길 무조건 잃었다... 

어디가 어딘지 감이 안 잡혀서, 이러다 숙소까지 언제 갈라나 싶었다.






두 번째 환승해야 할 때, 또 감조차 안잡히는 지역에 내려서 바이두 엄청 돌렸다. 그 때 배터리가 2개 있었는데 하나는 20퍼 가까이 남았고 하나는 50퍼 수준이었는데, 배터리만큼이나 내 마음의 여유가 쪼그라들기 시작함.


세 번째로 환승해야 할 때, 생각보다 지도에서 숙소까지 걸어서 30-40분 밖에 소요가 안되길래 이번에는 버스를 타지 않고 그냥 걸어가기로 했다. 표지판에 있는 '青岛'가 그렇게 반갑던지. 처음에 나는 북지모 역에서 버스타고 바로 칭다오 시내로 갈 수 있을 줄 알았다. 버스 노선을 이리저리 검색해도 내가 놓친게 있을 수 있겠지만..



북 웨이하이 역에서 남 옌타이 역까지 30분, 남 옌타이 역에서 북 지모 역까지 1시간 30분, 북지모 역에서 버스 두 번 타고 칭다오의 옌안루(延安路)까지 도달하는데 1시간 조금 더 걸렸다. 결국 3시간~3시간 30분 걸렸는데, 고생해서 그렇지 버스타고 가는 방법이랑 소요 시간 자체는 크게 차이 나지 않았다.


버스가 답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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